보드게임긱에서 수년동안 왕좌를 틀어쥐고 있던 보드게임의 제왕 푸에르토 리코(이하 푸코)가 하야(?)했다. 푸코를 침몰 시킨 것은 바로 신생 전략게임의 강자 아그리콜라(이하 콜라).
필자는 사실 콜라 안티였다. 게임은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아그리콜라 예찬만 들려왔고, 게임긱에서의 점수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그래서 필자는 콜라를 까기 위해서 게임을 구입했다. 허나...
깔 수가 없었다. 왜 필자가 포기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허자.
<새로운 본좌 아그리콜라>
잔잔하면서도 힘겨운 농촌에서의 일상.
17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이제 어느 정도 진정되고 유럽인들은 땅을 다시금 일구었다. 콜라의 두 부부도 땅을 일구기 위해 농장을 하나 마련했다.
처음에는 방 두칸의 집 한 채 뿐... 농토에는 아무 것도 없고, 잡초만 무성하다. 떼거리도 한명 먹기도 모자를 정도이다.
<아... 황량한 농토...! 근데 부부가 왜 각방생활을?>
하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아직까지 살아 있다. 포기하지 않고 그들은 밭을 일구고, 목축을 하며, 그에 필요한 건물들과 설비를 마련한다.
<밭을 일구고>
<동물을 키우고>
<설비를 갖춘다>
그러는 사이 자식들도 늘어난다. 식구가 늘어난 만큼 방이 하나 더 필요하다. 부부는 행복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새로운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니까.
<집을 늘리자>
식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커진다. 하지만 음식이 부족해 구걸을 해야할 때도 생긴다.
<내 가족을 굶긴다면 가장으로서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래도 가족은 포기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열심히 농장을 일구어 결국 세월이 지나 큰 농장을 만들어 낸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같이 흐르겠지?>
부부는 회상한다. 지난 세월이 얼마나 힘들고 또 힘들었는지... 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행복했고, 부부는 웃을 수 있다.
한편의 잔잔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렇듯 아그리콜라는 서정적이다. 농촌의 일상이 잘 나타나 있고, 농장을 키워나가는 맛도 있다.
농장 경영은 운도 한편이다.
아그리콜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수많은 직업과 보조 설비이다. 300여장의 카드 중에서 각각 7장씩을 골라 게임을 진행한다.
<직업 카드와 보조카드가 많아 굉장히 여러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마다 직업과 설비의 조합이 달라진다. 어떤 때는 굉장히 좋은 조합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굉장히 나쁜 조합이 되기도 한다.
<좋은 조합일 수도 있고, 나쁜 조합일 수도 있다.>
이것은 불가항력의 요소이리라. 필자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요소를 좋아한다. 그로 인해 초급유저와 고급유저들의 차이가 줄어들고 초급 유저들도 고급유저를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콜라의 카드는 그런 발판이다.
이런 요소가 어떠한 유저에게 큰 불만일 수도 있다. 카드의 여하에 따라 플레이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콜라의 테마에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인생은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부자의 아들로 시작할 수도 있고, 가난한 자의 아들로 태어날 수 있다. 출발선이 다르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현실에서는 그런 재미가 잘 안 느껴지니 참...ㅠ,ㅠ)
할 것이 많다. 그러나 플레이어간의 소통은?
아그리콜라는 한가지만 밀어 붙인다고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15개의 공간으로 나뉜 공터를 다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점이다. 게다가 채소와 곡식이 없어도 감점, 동물이 없어도 감점. 감점의 요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골고루 잘 키워 나가야 한다.
농장경영이라는 테마로 인해 접근성이 좋지만, 여러 가지 할일이 많다보니 굉장히 진입장벽이 있다. 카드의 능력도 모두 읽어야 하고, 취할 수 있 액션들도 굉장히 많다. 그러다 보니 초급유저들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굉장히 많은 액션들. 사진 속의 외에도 더 많은 액션이 존재한다.>
그리고 초기의 카드 운을 빼고는 게임상 운을 적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순전히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초급 유저가 굉장히 안 좋은 카드를 받고 게임에 임하면 이 게임을 싫어질 수도 있다.
필자의 와이프도 굉장히 할 것이 많아 우왕좌왕 했고, 마지막 결론은 게임 내 할 것이 정해져 있고, 운의 요소가 큰 '스톤에이지가 더 재밌다.'였다.
<신은 나를 버렸다. (스톤에이지 리뷰를 참조하세요.)>
허나 할 행동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농장에 키워 나갈 것이 많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목축도 해야 하고, 경작도 해야 하고 집도 늘려나가고, 설비도 늘려 나가고... 할 거리가 많다보니 게임이 굉장히 아기자기하며, 농장을 키워 나가며 뿌듯해 하는 잔재미가 많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소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플레이어간의 상호 영향을 미치는 카드도 있으나, 혼자 조용히 테크를 타는 것이 이 게임의 특성이다. 케일러스처럼 행동 하나당 일꾼 하나를 올려놓지만,
<이렇게 올려 놓으면 된다>
비슷한 명령이 꽤 많다. 그래서 마음 놓고 테크를 올릴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협잡이 난무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의 지략을 뽐내는 게임들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이런 자신만의 플레이를 묵묵히 진행하는 게임도 재밌지 않은가? 평화롭게 누구의 농장이 더 큰가 뽐낼 수 있고, 그 사이에 평온한 경쟁심이 생긴다. 오락실 게임이 대전게임만 재밌는 건 아니잖는가^^
한글판의 장단점.
콜라 이야기를 하면서 한글판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역시 한글화의 장점은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있음 마트에서도 한번쯤 고르지 않겠나?>
콜라 역시 접근성 좋은 테마에 한글화까지 되었으니 금상첨화이다. 게다가 카드나 속에 들어있는 글자들의 가독성이 참 좋다.
좀더 멋스러운 글자체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텍스트가 많은 콜라에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글판에는 또 동물 마커가 들어 있다. 그 모습이 씨리얼을 닮은 듯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먹지마세요... 게임에 양보하세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알아본 바로는 한글판에만 이 동물마커가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번에 한글판과 같이 출력한 다른 국가의 콜라에도 동물 마커가 들어있다고 한다.(필자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앞으로 다음 버전에는 어쩌면 다시 큐브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한다. 가XX트님의 말을 빌리지면.
"다시 다른 나라들이 합작으로 콜라를 뽑는다면 동물큐브로 계속 나올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태양계 행성이 일직선이 되는 '그랜드 크로스'가 될 가능성과 같다. 허나 가격을 높여서 이대로 동물마커로 계속 나올 수도 있다.“
라고 진단하였다.
한글화가 되어서 참 좋긴 한데, 걸고넘어질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설명서이다.
<문제의 설명서.>
가독성이 참 개떡같다. 분명 설명서는 한글인데 해독을 해야 할 정도이다. 이로 인해 성토하는 글도 많이 올라왔고, 필자도 해독하는데 골치가 좀 아팠다.
<가독성이 참...>
허나 이것은 한글판의 문제가 아니라 원본 매뉴얼의 문제이다. 그래도 약간의 개량을 거쳐서 좀더 보기 좋게 해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콜라는 잘 만들어진 월메이드 게임이다. 말 그대로 평단(?)에도 평가가 좋고, 유저들에게도 평가가 좋다. 케일러스의 특성도 보이고, 푸에르토리코의 특성도, 스톤에이지, 자반도르, 줄루레또의 특성도 보인다. 많은 게임들의 장점을 뽑아서 만든 느낌이랄까? 그러니 인기를 끌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게임이다.
깔 것이 없다. 까려고 해도 게임성에서는 깔 점을 못 찾겠다. 트집을 잡는다면야 몇가지 잡을 수 있겠으나 그것마저 상쇄시킬 재미가 있다.
항복이다. 콜라의 안티 진영에 있었으나 이제 항복이다.
컴포넌트 9/10 푸짐하고 아트웍도 좋다.
몰입도 8/10 농장 경영 테마가 좋지만, 진입장벽이 좀 있을 듯.
소장성 9/10 게임긱 1위라는 것이 이 게임을 설명한다.
평균 8.7/10 독하게 함 까보려고 했는데, 깔 수가 없다. 좋은 게임이다.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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